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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아이돌 서바이벌 프로젝트 [커미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젝트 2 2024. 3. 31. 01:21

 

 

[커미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젝트 1

민혁이는 드문드문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하는 커버를 올리던 틱톡커 고등학생임… 얼굴은 안 보이고 뒷모습만 찍어서 올렸는데 손 너무 예쁜 걸로 유명함. 종종 트위터에서도 알티 탄다 피아노

bear-fox.tistory.com

 

 

데뷔조의 그룹 명은 CHOICZ 초이시즈, 팬덤 명은 Choicer 초이서로 결정됨. 데뷔 후로는 정말이지 바쁜 시간을 보냈음…. 일주일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지나가서 뭘 했는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을 지경임.

일주일 만에 드디어 숙소 입주를 하면서 곧바로 초이시즈의 첫 리얼리티 촬영이 시작됐음. 꽤 괜찮은 숙소에 처음 들어서면 곳곳에 놓인 카메라를 봤음. 민혁이는 귀신같이 또 카메라마다 찾아가면서 손 흔들어주면서 인사하고 있음 ㅠㅠ 덕분에 민혁이 인사가 안 찍힌 카메라가 없어서 나중에 ‘민혁이 인사 모음.zip’으로 1분 클립 올라옴.

투표를 통해 리더가 천러로 결정됐음. 천러가 맏이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어른스러운 분위기가 있었고, 이미 컨셉 평가 때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했고… 태도나 말투 같은 것도 딱 천러가 적합하다고 느꼈기 때문임. 멤버들 절반 이상이 천러에게 투표했고, 민혁이도 천러에게 투표했음. 졸지에 센터와 리더를 같이 맡게 된 천러는 민망하다고는 했지만 굳이 사양하진 않았음. 귀찮긴 했는데…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그냥 본인이 통제하는 쪽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음. 다 함께 데뷔한 이상 어쭙잖은 그룹 생활을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다인원 그룹이다보니 방을 어떻게 쓸 지도 제비뽑기로 결정했는데, 천러랑 민혁이가 같은 방을 쓰게 됨. 민혁이는 천러랑 같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잘 부탁해, 형~ 하면서 웃어보였고 천러도 그냥 예의상 마주 웃어줬음. 이제부턴 진짜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줄 테니까 딱히 민혁이와 트러블이 생길 일도 없을 테고, 몇 년 함께 활동하게 될 테니 즐겁게 했으면 좋겠음. 천러와 민혁이의 사이는 이제 꽤 무난했음. 같은 그룹의 동료, 잘 쳐주면 친구? 친구라고 하기엔 민혁이가 상대적으로 많이 어린 느낌이 있었지만…. 천러는 그룹 내 연상들과 좀 더 친한 편이었음. 그렇게 무언가를 잊은 채로 며칠을 보내고서…….


여전히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어느 날, 다 같이 모여있는 거실. 민혁이가 갑자기 문득 생각났다는 것처럼 말을 꺼냄. “아, 맞다. 소원 정해야 하는데.” 하는 말을 듣자마자 천러는 무언가를 떠올렸음. 다른 멤버들도 기웃거리며 관심을 가짐. 소원? 무슨 소원? 하면 민혁이는 웃으면서 대답함.

“형이 나 데뷔하면 소원 하나 들어준다고 했었거든.” 그룹 내에 수많은 형들이 있었는데 이름도 제대로 말하지 않은 민혁이의 시선은 천러에게로 향해 있었음. …… 그 시선을 본 멤버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천러에게로 향함. 따지자면 맞는 말이긴 하고, 틀릴 것도 없지만 뭔가 묘하게 편집이 된 말이었음. 그렇다고 데뷔 하는지 못 하는지 내기를 했다고 말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천러는 삽시간에 민혁이의 데뷔를 독려하기 위해 원하는 걸 들어준다며 민혁이를 달래준 친한 형이 되어 있었음. 형 민혁이한테 그런 것도 해주기로 했어요? 하는 멤버들의 질문 사이에서 천러는 난감한 티 한 번 내지 못하고 웃어보임……. 여기서괜히 발을 뺐다간 그냥 데뷔 하자 마자 논란 나는 거임. “네, 동기 부여가 필요한 것 같길래……, 조금 도와줬습니다.” 하고 대답하니까 멤버들 반응은 오~ 진짜 리더 감이다~ 이런 느낌임. 와중에 민혁이는 진짜 능숙하게 카메라에 대고 “초이서 여러분, 무슨 소원이 좋을까요? 시청자 게시판에 의견 많이 남겨주세요~” 하고 있음. 갓 데뷔한 아이돌이라기엔 상당히 능수능란함 무슨 혼자서 아이돌 2회차인 것 마냥… ㅠㅠ


천러는 진짜 진심으로…… 기가 찼음. 없던 얘기를 꾸며낸 건 아니라지만 이걸 이런 식으로 써먹는다고? 천러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방식임. 일단 천러는 굳이 카메라 앞에서 쓸데없는 말을 꺼내지는 않는 주의였음. 무슨 말이 어떤 식으로 책잡힐 지 모르는 업계니까. 근데 또 한편으로는 좀 재밌다고 생각하기도 함.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하면 대개 또래보다는 어른스러워지기 마련임. 많은 노력과 실패가 뒤따르기 때문에…. 천러도 마찬가지로 일레에서 오래 연습생 생활을 했기 때문에 늘 그런 애들한테 둘러싸여 있다가 민혁이 같은 애를 보니까 좀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함. 일단 기가 차긴 하는데 ㅠㅠㅋㅋ


그 날 밤 민혁이가 침대에 엎드려 핸드폰을 하고 있을 때 씻고 나온 천러가 툭 먼저 말을 걸었음. 뭐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뭐가 말야? 소원 말입니다. 그건 우리 팬 여러분들이 결정해준다니까~, 하고 있는 민혁이의 핸드폰을 언뜻 보면 SNS 반응을 서치 하던 중이었음. 방영 직후의 SNS는 아주 핫함. 해당 장면이 방송되면서 팬들이 진짜 뒤집어졌음. 아니 둘이 그렇게 친한 것 같이 보이진 않았는데 그 프로그램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며… 이러니까 민혁이가 맨날 연습 끝날 때마다 자기 어땠냐면서 확인을 받지 하고… 카메라 상으로 봐도 천러가 딱히 장난을 많이 치고 다정다감하고 그럴 것 같은 인상은 아닌데 소원을 들어준다는 소리를 할 정도면 뭐 얼마나 친했던 거냐고 이런 애들 케미를 왜 안 보여줬냐고 난리도 아님. 왜 안 보여줬겠어요 없었으니까….


팬 분들이 엄청 좋아하시는데, 이 김에 우리 친한 걸로 밀고 나갈까? 하는 민혁이의 말에 천러는 싫습니다. 하고서 누웠음. 당연히 그룹 내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야 하는 게 맞고, 그렇게 셀링 포인트를 잡는다고 해서 손해 볼 건 없는 게 맞음. 어떻게 해서든 아이돌에게 이미지 판매는 중요한 일이고… 굳이 거절 할 필요는 없는 얘기였지만 천러는 상대가 민혁이라는 점이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 않음.


왜냐면 민혁이가 잡은 이미지는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임. 지금이야 민혁이가 카메라 앞에서 관리를 잘 하고 있지만 말 한 마디 잘못하기만 해도 때에 따라서는 ‘쟤 너무 나대지 않냐? 어쩐지 전부터 말 너무 함부로 하는 것 같더라…’ 같은 말로 공격받기가 쉽다는 소리임. 아이돌 팬덤은 갈수록 개인팬이 늘어가는 기조이고,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타입의 멤버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음. 다행히 초이시즈에는 그런 호감형의 멤버가 많았음.


… 까지가 공적인 이유고, 사적인 이유로는 민혁이가 때로는 알기 쉬운 어린애처럼 구는데 또 때로는 종잡을 수 없는 변수였기 때문임. 천러는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건 딱 질색이었고,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서는 알기 쉬운 쪽을 선호했음. 민혁이는 딱 잘라 거절 당한 입장이면서도 그래? 하고 웃으면서 천러를 보고 있음. 딱 이런 점 때문에. 이런 순간에는 민혁이가 무슨 생각 하는 지 읽어내기가 어려워서.


며칠쯤 지난 후 민혁이는 일부러 카메라가 다 돌고 있을 때 말을 꺼냄. 마침 컨텐츠 중 두 사람이 숙소 청소를 맡은 상황이었음. “형, 나 소원 정했는데.” 하는 말에 천러는 민혁이를 돌아봄. 또 무슨 이상한 얘기를 꺼내려나 싶어서 보고 있는데 하는 말이 이거임. “초이서 분들이, 우리 오디션 때 추억 얘기를 더 듣고 싶대. 어때?” 형이랑 어쩌다 소원까지 들어주게 됐는지 궁금하시대~ 하고 너스레까지 떨어보임. 의외로 담백하게 들리는 소원이라 천러는 그럼 잠깐 얘기하자며 자리에 앉았음. 이런 얘기는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기 딱 좋은 거니까… 제대로 방영되지 않은 비하인드 같은 건 언제 어디서 얘기가 나와도 관심 받기 좋은 소재였음.


민혁이는 형이 처음 등급 평가 할 때부터 피지컬도 좋고 퍼포먼스도 멋져서 너무 동경이었다며 너스레를 떨어댐. 거짓말임. 민혁이는 딱히 남들의 등급 평가를 인상깊게 보지 않았음. 오~ 이게 아이돌~ 이라는 정도의 감상에서 그쳤기 때문임. 오히려 남의 등급 평가를 신중하게 체크하던 건 천러 쪽인데, 등급 평가 당시의 민혁이를 본 감상은…………. 당연하지만 그리 좋지 않았음. 너무 미숙했으니까. 어딜 봐도 아이돌에 진심으로 나온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임.


실제 있었던 일들과 없었던 일들을 적당히 섞어가면서 얘기 함. 없었던 일들을 섞어내는 건 대부분 민혁의 몫이었고 천러는 끄덕이며 동조하는 정도임. 그룹 평가나 포지션 평가 때는 정말 별 일이 없었으니까 그냥……. 대뜸 소원 같은 얘기를 한 건 아니라는 빌드업 정도? 적당히 인사하며 지냈고 연습하는 게 멋있었고 뭐 이런저런…. 사실은 데면데면했지만 나름대로 그 때부터 친했다는 설정에 살을 붙여 나가고 있음. 어차피 24시간 촬영이 붙어 있는 리얼리티의 특성 상 편집의 편집을 거치다 보면 이 얘기의 절반도 나가지 못 할 거임.

 

천러는 민혁이가 분명 소원 건을 얘기할 때도 과장에 과장을 거듭할 거라고 생각했음. 근데 의외로 민혁이가 또 이 건에 대해선 제법 솔직한 것들만 얘기함. 그 당시에 슬럼프가 왔었는데, (슬럼프는 물론 거짓임.) 천러가 리더의 입장에서 자신을 한 번 혼내주었으며 이 과정에서 소원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고. 데뷔를 하면 소원을 들어주는 걸로 자신을 독려해주었다고…. 그런데도 자신이 슬럼프에서 벗어나질 못해서 컨셉 평가 무대를 망쳐버렸는데, 그런데도 천러는 친절하게 자신의 어깨를 두드려줬다고. 그 말없는 도닥임이 민혁이한테 너무 큰 힘이 됐다고 함. 그래서 힘낼 수 있었다고.


천러는 그 행동에 긍정적인 의미는 담지 않았고, 민혁이도 그 의미를 다 읽어놓고서…. 그게 도발처럼 느껴진 덕분에 이후로 유난히 더 힘낸 건 사실이긴 함. 그렇게 사실과 거짓을 엉망으로 섞어서 잘 주물러진 이야기를 만들어내니 어쩔 도리가 없음. 아주 아니라고 말하기엔 사실이 섞여 있음.


그렇게 민혁이가 종종 천러를 따라다니던 파이널 얘기를 마칠 쯤에는 이제 와서 안 친한 사이라고 발을 빼기엔 너무 늦어버렸음. 누가 봐도 영락없이 ‘너무나도 친한 사이’였음. 사실 천러는 오디션 내내 누구와도 트러블을 빚지 않고 지냈으니 사이가 좋지 않은 멤버는 없었으나, 크게 친하게 지낸 멤버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음. 케미가 좋다며 엮인 연습생이 별로 없음. 다른 연습생들이 천러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긴 했지만… 천러는 조용한 편이고 피지컬이 주는 기세 덕분에 다가가기 어려운 인상이 있었기 때문임. 이 이야기들이 방송될 쯤의 팬들의 반응이 눈 앞에 선함. 천러가 민혁이를 엄청 챙겨줬구나… 천러도 민혁이랑 같이 데뷔해서 기뻤겠구나… 그래서 이젠 그냥 받아들여야 할 때임.
“나는 형이 아니었으면 데뷔하기 힘들었을지도 몰라.” 민혁이는 한 마디와 함께 못을 땅땅 박으며 웃었음. 언제나 카메라 앞에서 살아가는 아이돌이 된 이상 민혁이 이길 수 밖에 없는 구조였음. 민혁이는 그래서 이 상황이 즐겁기만 함. 카메라 앞에서는 천러와 친한 사이가 되는 게 마냥 쉬웠음.


그러나 천러도 무조건 당하고만 사는 타입은 아니라서… 이런 걸로 곤란한 티를 크게 낼 생각은 없음. 아이돌이니까. 애당초 뭐든 할 거라면 확실하게 하는 주의이기 때문에,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음. 기어이 카메라를 보며 “저도 민혁이가 없었다면 분명 아쉬웠을 겁니다… 같이 데뷔 하고 싶었거든요, 정말로.” 라고 태연한 대답을 돌려주고 마는 것임. 그 말은 말수가 적은 천러가 오디션 중 보였던 그 어떤 표현보다도 크고 깊은 표현이었기 때문에 팬덤이 거하게 뒤집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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