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혁이는 드문드문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하는 커버를 올리던 틱톡커 고등학생임… 얼굴은 안 보이고 뒷모습만 찍어서 올렸는데 손 너무 예쁜 걸로 유명함. 종종 트위터에서도 알티 탄다 피아노 치는 손 참고하라고… 그리고 뒷모습 분위기 좋은 것도 인기 요인임. 틱톡 닉네임은 그냥 ㅁㅎ 이었음…. 어떻게 찾은 건지 제작진 측에서 먼저 출연 제의를 했고 민혁이는 그냥 재밌을 것 같으니까 출연하기로 함. 딱히 큰 열망이 있는 건 아님.
천러는 이름난 소속사인 일레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임. 딱 민혁이랑 동갑일 때부터 연습생을 했으니 이제 꽤 됐음. 얼굴로나 피지컬로나 넷상에서도 상당히 이름난 연습생임 일레는 대체 얘 데뷔 언제 시킴?? 이러면서 사진 자주 올라옴. 근데 데뷔 못 한 거… 실력 부족 아니고 소속사에서 데뷔 일정 안 잡아준 것도 아니고… 그냥 천러랑 급 맞춰줄 사람이 없었을 뿐 ㅠㅠ 되레 천러 쪽에서 번번이 거절을 하는 정말 이상한 상황이었음. 결국 엔터 측에서 보다 못해 오디션 출연 제안을 했고…… 천러는 이걸 받아들임.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그냥 느낌이 좋았음. 왠지.
그렇게 두 사람은 험난한 오디션 길에 오름. 천러는 워낙 이름값이 있었기 때문에 최초 순위 7위로 안정적인 데뷔권임. 민혁이는 틱톡에서 적당히 유명했다곤 하지만 MH인걸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소속사도 없고… 지금은 와 진짜 미인이다 하고 얼굴픽 하는 사람들 뿐이라서 42위에서 그침.
등급 평가 할 때 천러는 뭐 당연히 하던 대로 한 것 만으로도 ㅋㅋ 피지컬이 워낙 압도적이라 일레의 다른 연습생들은 백댄서로 보이게 만드는 포스가 있었음… 천러의 특기는 노래보단 퍼포먼스 쪽이었고 그게 워낙 출중해서 별 탈 없이 A등급 받았음. 민혁이는 딱히 아이돌 할 생각 있었던 것도 아니라 나오기 전에 한 곡만 그냥 죽어라 연습해와서 ㅠㅠ 보컬이야 좋았지만 퍼포먼스적으로 많이 부족하다는 평 받고 D등급 받음.
등급 재평가로 인한 등급 변동은… 없었음. 천러 A등급 민혁이 D등급.
천러는 처음부터 코어가 많았고 민혁이는 첫방 타자마자 얼굴로 화제가 됨. 그리고 ㅁㅎ라는 거 알려지면서 피아노 치는 영상 많이 퍼진 것도 팬 모으는데 도움이 됨. 퍼포먼스 부족한 것도 지금은 귀엽다고 팔릴 수 있는 단계임. 첫 무대랑 순발식도 그렇게 지나갔음. 천러는 코어 더 붙여가면서 피지컬 때문에 워낙 대중한테도 이름 잘 알려서 4위, 민혁이는 25위.
포지션 평가에 들어가면서 천러랑 민혁이는 각자 자신 있는 걸 골랐음. 당연히 천러는 퍼포먼스고 민혁이는 보컬임. 둘 다 정확하게 자기한테 맡는 걸로 잘가서 하던 실력 잘 보여줬음. 특히 민혁이는 힘 있는 메인 보컬 쪽보다는 음색이 장점인 리드 보컬 과라서 본인 매력 너무 잘 보여주는 곡과 파트 잘 가져감. 민혁이는 항상 파트 나눌 때 살살 웃으면서 여긴 자기가 가져간다면서 자연스럽게 본인 파트 잡아가는데 그게 뭔가 ㅜㅜㅋㅋ 거절할 수 있는 느낌이 아님… 본인이 뭘 제일 잘 살리는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렇게 포지션 평가 잘 마치고 2차 순위 발표식… 천러는 2등, 민혁이는 14등. 천러는 데뷔 센터를 다툴 자리까지 왔고 민혁이도 어느덧 데뷔권을 노려봐도 될 정도로 훌쩍 올라왔는데 그 사이 민혁이의 퍼포먼스 실력이 발전했냐 하면… 그건 아님.
사실 그동안 열심히 했으면 많이 발전했을 텐데…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닌데 민혁이 본인이 그렇게 의욕이 없음. 민혁이는 아직까지 동기 부여가 안된 상태임. 재미 있는 건 알겠는데 딱히 뭐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진 않아도 될 거 같음…. 일단 순위가 높음 ㅠㅠ 뭐 떨어질 거 같아야 간절하든가 말든가 할 텐데 살랑살랑 해도 순위가 높으니까 그렇게까지 의욕이 안 나는 거임. 어린 나이에 크게 어려워본 적도 없으니 그냥 모든 게 마냥 쉽기만 한 거임.
컨셉 평가만 제대로 마치면 파이널 무대에 오를 수 있음. 민혁이와 천러는 그간 큰 접점도 없이 그저 그렇게 흘러오다가 이 평가를 함께 하게 됐음.
근데 천러는 이 조합이 꽤나… 불만족스러웠음. 괜찮은 팀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의했는데 민혁이가 여기 끼어있는 게 좀 마음에 안 드는거임 ㅜㅋㅋ 왜냐면 열심히 안 하는 게 보이거든… 느껴지거든…. 천러는 와중에 이 컨셉 평가 팀에서 리더를 맡게 됐음. 전반적으로 팀의 연령이 어린 편이라서 천러가 팀의 맏이기도 했고 여태 리더 롤을 한 번도 맡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도 슬슬 한 번 쯤은 할 생각이 있었음. 아이돌 오디션은 이미지 판매와도 같은 거니까.
천러의 눈에 여전히 민혁이는 크게 열심히 할 생각이 없어보이고, 연습에 기본 레벨로는 따라오지만 딱 그 정도임. 그 이상 발전할 수 있으면서 더 하지를 않음. 천러 입장에선 이해가 안 가고… 그럼 대체 뭘 위해 저러고 있는건지 싶음. 시간 낭비 하는 거 같음.
둘의 얘기는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이뤄졌음…. 천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민혁이에게 느낀 바를 그대로 얘기했음. 좀 단호하고 날카롭게 들릴 정도로. 그렇게 대충 할거면 어차피 데뷔도 못 할 텐데 차라리 그만두지 그래요, 정도의 느낌? 민혁이는 그냥 가만히 얘기를 듣다가 “내기 할래? 내가 데뷔 하는지, 못 하는지.” 뭘 거냐는 천러의 물음에 민혁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함. 소원. 소원을 걸자, 내가 이기면 형이 바라는 걸 들어줄게. 형이 이기면 뭘 말해도 좋아, 이대로 연예계에 발도 붙이지 말라고 하면 그렇게 할게….
평소 같으면 이런 이상한 내기에 응하지 않았을 텐데 천러는 이상하게도 이 순간 흥미가 동했음. 그렇게 둘 사이에 묘~한 내기가 성립됨.
근데 이게 민혁이에게 동기가 됐는가 하면 그렇지는 못했음. 왜냐면 민혁이는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이 상태 그대로 현상유지만 해도 데뷔 할 거라는 자신이 있었으니까… 민혁이의 태도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고 천러는 딱히 민혁이에게 기대를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냥 둠. 어차피 열심히 안 하는 건 본인 손해임.
그리고 대망의 컨셉 평가 날 드디어 일이 터짐… 그동안 기본은 해오던 민혁이가 한 순간 실수를 해서 무대가 거하게 망한 거임. 실수가 길지는 않았고 다행히 금방 정신을 차려서 마무리는 잘 할 수 있었지만 숨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음. 누가 봐도 민혁이의 실수가 뻔했고, 그 날 그것만 빼면 팀의 무대가 너무 완벽했음. 리더인 천러는 중심을 굉장히 잘 잡았고, 다른 멤버들도 제 할 일을 잘했고, 민혁이 실수 하나로 많은 것이 망가져버림.
무대 아래서 천러가 민혁이 어깨만 두어 번 두드려주고 지나감. 남들이 보기엔 그게 ‘괜찮아요’라고 말해주는 리더의 모습이었는데, 민혁이가 느끼기에는 ‘그거 봐요’ 하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음. 어차피 이렇게 될 거였다고.
이 시점에서부터 민혁이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나오기 시작함. 아무리 얼굴 잘생기고 목소리 좋아도 뚝딱이는 거 안 보이냐고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고 ㅋㅋ 솔직히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다고 연습 장면에서도 맨날 설렁설렁 추고 있지 않았냐고… 진실과 억까가 섞여 나오면서 많은 것들이 뒤집힘. 이 때의 천러는 민혁이를 향한 여론을 정확히 ‘그거 봐요’ 하는 느낌으로 지켜보고 있었음 ㅠㅠㅋㅋ 연습생 생활 오래 하면서 업계에 대한 관심도 레벨이 민혁이랑은 달랐음.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천러는 딱히 민혁이한테 말할 소원 같은 것도 없었음. 내기에 동했던 흥미도 상당히 떨어짐. 그냥 여기서 데뷔 실패하면 적당히 현실을 알겠지 싶음.
3차 순위 발표식에서 천러는 드디어 1등을 했음. 민혁이 위로해주는 리더 롤도 좋았고 지난 무대 구성에도 천러가 많은 힘을 썼고 퍼포먼스 무대도 끝장나게 했으니까. 근데 민혁이는 딱 20위를 함. 이 발표식은 20위까지가 살아남아 결승으로 향할 수 있는 무대였음…. 민혁이한테는 처음으로 있는 순위 하락이었고, 말이 되지 않는 턱걸이였음. 그래서 그런지 평소와는 소감을 말하는 톤이 다름. 그간의 민혁이랑은 좀 다른 느낌.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민혁이의 소감이 마무리 됨. 천러는 1위의 의자에 앉아서 그걸 지켜보고 있었음.
소감이 예고했듯이 민혁이의 태도는 그 날부터 달라짐. 정확히 말하자면 일상의 태도에는 하나의 변화도 없었으나 연습에 임하는 시간이 다 달라짐. 이제는 진짜 진심으로 임하는 게 보임. 결승에서 천러와 민혁이는 같은 무대를 꾸미게 됐고 함께 연습하는 내내 천러는 그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었음. 그 짧은 새에 민혁이의 발전 속도는 너무도 빨랐음.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거라고 증명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연습이 끝날 때마다 꼬박꼬박 오늘은 나 어땠어? 하면서 천러한테 물어보러 오기까지 함. 이번 리더는 천러가 아닌데도 ㅠㅋㅋ 그 모습이 다 카메라에 잡히면서 지난 번 컨셉 평가 때부터 천러랑 민혁이 조합으로 먹으려다가 민혁이 여론 때문에 입 다물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함 ㅠㅠ
그렇게 대망의 파이널 날이 다가오고 결국 민혁이는 끝내주게 무대를 해냄. 실력 운운 하던 사람들이 싹 다 조용해질 수 있을 만큼 ㅋㅋ 천러는 이제야 민혁이의 모습이 만족스러움. 이 정도면, 그래. 같이 데뷔를 해도 되겠다 싶음. 이전까지의 민혁이의 이미지는 확 바뀌었고 하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까. 나빴던 여론과 턱걸이였던 순위를 생각해보면 민혁이가 데뷔를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였지만….
순위 발표 때, 민혁이는 참 오랜만에 긴장이라는 걸 했음. 스스로도 오늘 무대 잘했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이 정도로 했으면 되겠지 싶다가도 이전까지의 여파가 오늘의 투표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어쩔 수 없이 떨어지는 거임.
민혁이는 결국 10위로 이름을 불림. 처음 이 오디션장에 들어설 때 기대했던 순위보단 한참 낮았지만 ㅋㅋ 사실 데뷔 여부가 중요한 거지 순위는 이후로 크게 중요할 것도 없었고… 뭣보다 민혁이에게 지금 중요한 건, 따지자면 데뷔보다는 그 내기 하나였으므로.
앞을 바라보며 소감을 말하던 민혁이가 시선을 떨어트림. 민혁이는 늘 활동 경력도 없으면서 귀신같이 카메라를 찾아내는 걸로 유명했음… 카메라를 놓쳤을리가 없음. 우느라 고개를 떨어트린 것도 아님. 아래로 향한 시선은 분명하게 다른 누구도 아닌 천러를 향하고 있었음. 민혁이는 천러를 보며 웃어보였음. 그 순간에 천러는 본인도 모르게 헛웃음 짓듯이 웃어버림.
예상대로 1위를 하고서 데뷔조 센터의 자리를 거머쥔 천러는 웃었던 낯 그대로 올라가 소감을 말함. 그리고 1위의 자리에 서서 마지막 선창을 하며 프로그램의 끝을 장식함. 천러는 이후의 활동이 꽤 기대된다고 생각했음. 역시 이 프로그램에 지원한 건 틀린 길이 아니었다고.
그리고 시작된 데뷔조 활동… 이전에 민혁이의 소원 고백 타임이 있었는데. 천러는 그 순간부터 앞으로의 그룹 활동이 정말 순탄치 않을 거라는 걸 직감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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